파퓸 드 말리 갓올핀. 출시 2010년이면 벌써 십수 년 된 건데 국내에선 거의 안 보이다가 요즘 가을 되니까 간간이 언급되길래 한 번 꺼내봄. 결론부터 말하면 '무난한 가죽'은 절대 아니고, 꽤 성격 있는 레더에요.
탑은 사이프러스랑 그린 노트가 확 깔리는데 이게 흔한 남자 향수에서 나는 쌉싸래한 풀내음이 아니라 좀 차갑고 건조해요. 프루티 노트 있다고 해서 달달한 과일 생각하면 안 됨. 살짝 시큼한 정도? 거기에 마테랑 타임이 섞이면서 허브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이 올라오는데, 이 조합이 은근 중독성 있음.
가죽은 처음부터 확 나오는 타입은 아니고 중반 넘어가면서 올라오는데, 이게 톰 포드 투스칸 레더나 크리드 로얄 아우드처럼 '불에 그을린 가죽'이 아니라 마치 새 가죽 재킷 안감 냄새에 가까워요. 부드럽고 약간 파우더리한 톤이 섞임. 사프란이 살짝 약방 느낌 잡아주는데 과하지 않아서 호불호는 덜할 듯.
팩트는 이거 하나에요. 갓올핀은 '묵직한 레더' 기대하고 가면 살짝 김 빠질 수 있는데, '아로마틱 레더'로 접근하면 요즘 가을철에 상당히 잘 맞아요. 요즘 같은 환절기 저녁에 코트나 재킷 위에 뿌리면 단단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향이 올라오는데 딱 이 맛임.
배치 차이? 이건 과거 초기랑 최근이랑 조금 다르다는 얘기가 있는데 솔직히 크게 체감은 안 됨. 어차피 이 가격대 니치 첫 입문용으로는 괜찮은 선택이라 봄. 단 무조건 시향 먼저 하세요. 가죽 향 자체가 호불호 갈리는 계열이라, 특히 사프란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조심.
면세가보다 병행이 좀 풀려 있으니 알아보면 나쁘지 않게 살 수 있음. 근데 당근에서 '백화점 정품'이라면서 시리얼 찍어주고 파는 건 걸러요. 이거 가품은 잘 안 돌지만, 리필이든 뭐든 정품 증빙 없으면 안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움.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