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베이크. 출시 직후부터 커뮤니티에서 입소문 좀 탔었고, 바닐라 계열 좋아하는 분들은 거의 성지처럼 꽂히는 향이더라. 저도 궁금해서 시향 두 번, 정품 한 번 떼서 경험한 소감 풀어봄.
결론부터 말하면 이거, 진짜 달다. 단순히 설탕 덩어리 수준이 아니라 열량까지 느껴지는 수준의 단내. 그래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
- 오프닝: 톱에서 레몬 제스트가 톡 튀길래 시트러스로 시작하나 싶은데, 그게 진짜 5분도 안 간다. 레몬 껍질 벗기자마자 바로 럼이랑 프랄린이 덮쳐요. 럼 특유의 알코올릭한 느낌은 거의 없고, 그냥 버터스카치 소스 뿌린 팬케이크 위에 럼 시럽 한 방울 떨어뜨린 느낌.
- 미들-베이스: 여기부턴 진짜 베이커리다. 프랄린 + 휘핑크림 + 흑설탕이 부르봉 바닐라 만나면서 그냥 갓 구운 브라우니에 휘핑크림 듬뿍 올린 디저트 냄새. 베이스 갈수록 바닐라가 더 찐득해지는데, 이게 우디나 머스크 같은 걸로 잡아주는 게 없어서 끝까지 단맛 폭격.
팩트는 이 향수는 계절 가린다. 2023년 출시 당시 여름인데 시향하고 어이가 없더라. 여름에 이거 뿌리면 본인도 주변도 당 폭격 맞음. 지금 초겨울에야 겨우 제 몫을 하는데, 그래도 실내 난방 빵빵한 곳에선 좀 질린다.
단점 확실함. 첫째, 변화가 거의 없다. 탑 미들 베이스 노트가 나열은 그럴싸한데 실제로는 레몬 사라진 뒤론 한 가지 향으로 직진. 바닐라에 진심인 사람한텐 이게 장점일 수도 있는데, 전 솔직히 권태롭더라. 둘째, 휘핑크림 노트가 인공적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고급 바닐라 추출물이라기보단 시럽 뿌린 편의점 디저트에 가깝다. 이 부분은 라타파류 듀프에서 나는 합성 바닐라랑 결이 비슷해서, 30만원대 니치에서 느낄 퀄리티는 아니라고 본다.
비교하자면 크리드 써블리메 바닐리어는 스모키한 베이스라도 있어서 남자가 써도 밸런스가 맞는데, 아크로 베이크는 그냥 성별 없이 무조건 달다. 여성분들 중에 초고도 단맛 좋아하는 분 아니면 이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남자라면 더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아, 그리고 이거 뿌리고 카페 가면 조심해라. 진짜 커피 다이어트 중인 사람한테 민폐일 정도로 식욕 자극하는 냄새다. 동물적 본능 건드리는 향이라 싫어하는 사람은 진짜 고통스러워한다. 저도 첫 시향 땐 재밌었는데 두 번째부턴 진저리 나서 정품 떼고 한 달 만에 정리해버림.
가끔 커뮤에서 "베이크 = 겨울 시그니처 감성" 하는데, 감성 이전에 당이 몸에 남는 느낌이라 하루 종일 머리 아플 수 있다. 디올이나 샤넬 같은 하우스 바닐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백퍼 후회한다. 밀키하거나 부드러운 바닐라가 아니라, 찐득하고 타르트한 슈가 바닐라라서 취향 탈 거다. 시향 천천히 해보는 걸 추천.
전 별점 2.5/5. 향수 자체는 정품이고 만듦새도 나쁘지 않은데, 이걸 향수로 분류해서 몸에 뿌리는 게 맞나 의문. 그냥 방향제나 페브리즈로 만들었으면 더 어울렸을 거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