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 가까이 된 향인데도 여전히 세련됐다고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우디 중 하나입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시트러스나 과실 계열보다는 이렇게 묵직한 우디 아로마틱이 손이 가더군요. 겔랑의 이 향은 시작부터 카다멈이 코를 찌르듯 올라오는데 그 자극이 유난히 건조해서, 도리어 그 점이 마음에 듭니다. 중후하게 깔리는 네롤리와 제라늄은 화려함보다는 어두운 녹음 같은 인상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아이리스와 통카빈의 파우더리한 질감은 흔히 말하는 달콤한 우디 앰버와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는, 일부러 여유를 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배어나는 품위가 있습니다. 다만 이 향을 과연 2007년에 이런 구성으로 출시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네요. 화려한 마케팅 없이도 오래도록 수집가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