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에 오래 묵혀둔 향을 계절이 바뀔 때 꺼내보는 것도 수집의 묘미입니다. 며칠 전 서늘한 밤공기를 느끼고 꺼내든 디올의 Diorling은 1963년 출시된 시프레인데, 처음 분사하면 베르가못의 청량함과 히아신스 특유의 날카롭고 푸르른 느낌이 마치 낙엽지기 직전의 정원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중후하게 가라앉은 오크모스 베이스는 나중에 올라오는 편이고, 중간에 아이리스와 로즈가 은은하게 감싸면서 우디 베이스로 스며들어가는 구성이 고전적인 시프레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더군요. 요즘 말하는 가벼운 가을 향과는 결이 다릅니다—분명히 환절기 공기에 녹아드는 무게감과 드라이함을 갖췄지만, 촌스럽지 않은 절제된 우아함이 있습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입에 오르내리는 빈도가 낮은 편인데, 오히려 그 희소성 덕분에 꺼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집니다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