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에 시트러스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는 계절입니다. 시원하고 가벼운 여름 향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는데, 오늘은 프레데릭 말의 비가라드 콩상트레 리미티드 에디션 2018을 꺼내보았습니다. 이 향수는 단순히 청량한 시트러스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개장 첫 스프레이는 비터 오렌지의 쌉싸름한 껍질 내음이 전면에 서는데, 일반적인 오드코롱 류가 30분도 못 버티고 사라지는 것과 달리 이 향은 풀과 건초의 건조한 그리니스가 바닥을 받치면서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로즈는 극히 미량으로 드라이에서 은근하게 체취처럼 번지며, 시더가 베이스에 자리잡아 깔끔한 마무리를 해주는 구조네요. 2018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에디시옹 드 퍼퓸 프레데릭 말 공식 부티크가 아닌, 쟝클로드 엘레나의 작업실에서 소량 블렌딩한 배치라서 기존 비가라드 콩상트레보다 전반적인 밀도가 높고 지속력도 개선되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진 병도 오리지널 대비 톱노트의 날카로움이 조금 누그러졌고, 드라이다운으로 갈수록 풀과 건초의 뉘앙스가 더 비중 있게 올라옵니다. 다만 농염한 잔향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가볍지는 않지만 진중하지도 않은 이 애매한 포지션이 호불호를 가를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여름 습도에서 시트러스가 지나치게 확산되며 무너지는 향들 사이에서, 이 정도로 절제된 구조를 유지해주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물론 풀배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구매 전에 반드시 지속 시간과 스킨 센트 변화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