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한정으로 출시된 조 말론 런던의 Wild Strawberry & Parsley는 출시 당시에도 '딸기'라는 이름과 달리 과일향을 기대하고 접근한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던 향입니다. 블랙커런트의 새콤함이 아주 잠깐 반짝일 뿐, 중심은 파슬리·바질·토마토 리프가 만들어내는 채소밭 특유의 푸르고 싱싱한 허브 향에 가깝네요. 달콤한 딸기를 기대하고 시향했다가 허브 텃밭에서 한 바가지 맞은 듯한 당혹감을 맛본 분들이 꽤 많았을 겁니다. 바이올렛 리프가 살짝 가미되어 있긴 하나 그린 노트가 워낙 강하게 전면에 나서서, 아로마틱 그린 계열치고는 미묘하게 미완성된 인상마저 듭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 입어보면 조 말론이 가끔 시도했던 장르 파괴형 실험작 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들고, 단종 후 잊혀진 것도 이해가 가는 향이네요. 컬렉터 입장에서는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병이지만, 일상에서 꺼내 입기에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