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용 프레시 향을 찾는 분들께서 최근 들어 시트러스 계열에 관심을 많이 두시는 것을 봅니다. 저 역시 날씨가 더워질수록 손이 가는 향이 정해지는 쪽이라, 오늘은 크리드의 Zeste Mandarine을 내어 간단히 정리해 보려 합니다. 이 향은 2020년 출시되었고,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아니었으나 크리드가 오랜만에 내놓은 비교적 순수한 시트러스 아로마틱 구성이라는 점에서 저는 눈여겨 보았습니다.
Zeste Mandarine의 오프닝은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이탈리안 오렌지와 레몬 리프, 그리고 이탈리안 레몬이 거의 동시에 터지면서 첫 인상을 결정짓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만다린'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는 감귤류의 단보다 오히려 레몬 리프 특유의 쌉쌀하고 푸른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전면에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만다린 노트는 오렌지보다 당도가 높고 둥글게 감싸는 성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향은 초반부터 상쾌함보다는 '건조한 시트러스 질'과 '잎사귀를 비벼서 맡는 한 아로마틱 그린'의 인상을 동시에 줍니다. 달콤한 시트러스를 예상하고 시향했다면 다소 의외로 느껴질 만한 지점입니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인디안 파출리가 슬그머니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데, 이 파출리의 처리 방식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흔히 시트러스 프레시 향에 파출리가 들어가면 베이스가 과하게 무거워지거나 흙냄가 튀는 경우가 있으나, Zeste Mandarine의 파출리는 오렌지우드와 결합하여 그 역할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습니다. 이 오렌지우드의 존재가 꽤 중요한데, 단순한 우디 노트라기보다는 시트러스 과육이 아닌 '나무껍질과 줄기' 쪽의 텍스처를 제공하면서 만다린의 오일리한 질감을 일부 보완해 줍니다. 덕분에 드라이다운으로 갈수록 향은 시트러스의 명랑함보다는 약간의 중량감과 함께 천천히 피부 온도에 밀착되는 양상을 띠게 됩니다.
이 향을 두고 '여름용 가볍고 시원한 시트러스'로만 분류하는 것은 다소 불완전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닝이 주는 청량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구조 자체는 오히려 봄에서 초가을까지 걸쳐 입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드라이한 아로마틱 시트러스에 가깝습니다. 특히 도가 높은 한여름에는 이 향이 가진 파출리와 우디 베이스가 예상보다 더 도드라지게 올라올 수 있어, 린 지 한 시간이 지난 후의 느낌은 '가벼운 시트러스'보다 '차분히 가라앉은 시트러스 우디' 쪽에 가까워집니다. 이러한 전개를 염두에 둔다면 무턱대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청량감만 기대하고 사용하기보다는, 실내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간이나 저녁 시간대의 야외 착향에 더 잘 어울리는 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크리드의 시트러스 라인 중에서는 Aventus Cologne이나 Silver Mountain Water 같은 축과 비교될 수 있겠으나, Zeste Mandarine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무게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Aventus Cologne이 생강과 베티버로 시트러스를 더 곧게 뻗게 만들고, Silver Mountain Water가 메탈릭한 투명도로 승부를 본다면, 이 향은 오지우드와 파출리를 통해 시트러스가 수평으로 퍼지지 못하게 잡아두면서 은근한 깊이를 부여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렇기에 지속력은 동 계열 평균보다 조금 더 나은 편이고요, 확산은 중간에서 조금 아래로 잡아야 정확합니다. 팔을 뻗었을 때 주변에 바로 퍼지기보다는, 가까이 다가간 상대방이 인지하는 정도의 실루엣을 유지합니다.
저는 이 향을 처음 접할 때 만다린이라는 명칭에 이끌려 달콤한 감귤을 기대했고, 실제 시향에서는 그보다 더 건조하고 사려 깊은 구성에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재시향을 거듭하면서 만다린의 오일리한 뉘앙스가 오렌지우드와 결합해 만들어내는 미세한 질감 차이를 좇게 되었고, 결국 병을 들였습니다. 다만, 동일한 가격대에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는 분께는 반드시 시향을 권합니다. 이 향은 단순히 '시트러스니까 여름에 좋다'는 범주에 묶이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복잡한 얼굴을 가진 향이라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요즘처럼 시원한 향을 찾는 시기에야말로 이러한 드라이한 시트러스 아로마틱도 다시금 조명될 만하다고 봅니다. 프레시함의 정의가 반드시 아쿠아틱이나 투명한 합성 시트러스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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