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후부터 주문해 두었던 BDK Parfums의 Rouge Smoking Extrait를 이제야 제대로 시향했습니다. 오리지널 루즈 스모킹의 체리와 바닐라가 청량감 있는 뉘앙스를 품고 있었다면, 이번 엑스트레 버전은 아몬드와 밀크 노트가 전면으로 올라오며 훨씬 더 농밀하고 크리미한 질감을 보여주네요. 탑의 핑크페퍼와 베르가못은 화사함을 더하기보다는 체리 특유의 시럽 같은 단맛을 칼집 내어 정제하는 역할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Red Mandarin이 은근한 시트러스 빛으로 아몬드의 고소함을 받쳐줍니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이 지녔던 뿜는 순간의 탄산감 같은 경쾌함을 좋아했기에 이쪽이 다소 정적이고 무겁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대신 저녁 모임에서 옷자락 사이로 올라오는 확산력은 한 단계 더 성숙해졌습니다. 풀배 기준으로 병 자체의 무게감도 이전보다 좀 더 묵직해진 느낌이라 장식장 한켠에 두면 꽤 자리를 잡아줄 것 같습니다. 오리엔탈 체리 계열에 밀크의 부드러움을 덧댄, 말하자면 깊은 가을밤을 위한 향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