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말론이 2015년 리미티드로 내놓은 인센스 & 시드랏은, 지금 와서 보면 이 브랜드가 대중적 시트러스에서 벗어나 진지한 오리엔탈 스파이시로 선회하려 했던 중요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탑노트에서는 레몬의 자극적인 산미와 페퍼가 동시에 터지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조 말론 프레시 계열과 유사해 보입니다만 이내 엘레미 레진 특유의 솔잎 같으면서도 톡 쏘는 그린 레진感이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미들부터는 인센스의 건조한 연기와 벤조인의 따뜻한 발사믹 단맛이 전체를 감싸면서, 상당히 무게감 있는 교회당 계열로 빠지더군요. 개인적으로 라브다넘의 동물성 아우라가 베이스에서 은근하게 깔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때문에 흔한 백화점 니치가 아니라 다크한 유럽 성당의 공기 냄새가 납니다. 다만 대중적인 데일리 향을 기대하고 블라인드 구매하면 당시 제 지인처럼 큰 낭패를 보는 향이라, 반드시 시향 후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단종된 지 오래라 간혹 리셀 시장에서 보이는데, 제 컬렉션에서 마지막 10ml 정도 남은 병을 소모하기가 왠지 아까워 모셔두고 있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