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꼼 데 가르송에서 출시한 고샤 럽친스키는 안젤리카 특유의 녹색 쓴맛과 부추 잎 특유의 묘한 스파이시함이 만나 예상 외로 건조한 첫인상을 풀어냅니다. 만다린 오렌지가 더해지지만 과즙이 터지는 시트러스와는 거리가 멀고, 카모마일의 차분한 허벌 터치가 무더위 속에서도 마음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이티안 베티버와 파출리로 이어지는 베이스는 앰버 어코드와 결합하며 비누향에 가까울 만큼 정돈된 클린 스킨을 그리는데, 저는 이 드라이다운에서야 비로소 이 향이 꼼 데 가르송의 작업임을 확신했습니다—마르지엘라의 레플리카처럼 구체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방식을 버리고, 대신 착용자의 체취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요. 다만, 탑노트의 부추 잎이 주는 약간의 공업용 냄새는 호불호가 극명할 수 있겠더군요. 만약 전통적인 여름 시트러스에 질렸다면, 이 향의 무표정한 허벌 아로마틱이 뜻밖의 해답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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