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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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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No 19 EDP 착용하고 학교에서 느낀 점들

이 글은 No 19 Eau de Parfum(No 19 Eau de Parfum) 관련 후기와 커뮤니티 의견을 다룹니다.

지수님

2026-06-28 11:48:07.53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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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해져서 오랜만에 No 19 EDP를 꺼내 봤습니다. 여름에는 이 향을 도저히 못 쓰겠더군요. 원래도 조용한 향은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No 19의 그린 노트가 올라오면 밀폐된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교단에 서는 입장에서는 향이 얼마나 퍼지는지 항상 신경 쓰게 됩니다.

No 19 EDP는 뿌린 직후의 첫인상이 정말 독특합니다. 상쾌하다고 하기엔 날카롭고, 베르가못과 네롤리가 주는 시트러스가 아니라 짓이긴 풀잎 같은 그린 노트가 콧등을 찌릅니다. 마치 꽃집이 아니라, 비 온 뒤 온실 바닥에 깔린 젖은 흙과 푸른 줄기 냄새에 가까워요. 이걸 처음 맡았을 때는 '이게 향수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화장품 느낌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네요.

시간이 좀 지나면 아이리스 가루 같은 부드러움이 올라오면서 신기하게 가라앉습니다. 여기에 은방울꽃과 나르시스 같은 꽃 노트가 은은하게 받쳐주는데, 달콤한 꽃향이 아니라 마치 납작하게 눌러 말린 표본 식물 같은 느낌입니다. 향이 살아있는 꽃이라기보다는 식물원처럼 정제되어 있어요. 우디 베이스는 땅에 깊이 뿌리 내린 나무보다는 하얗게 마른 자작나무 껍질 같은 톤이라 무겁지 않습니다. 덕분에 이 향은 확실히 계절을 타고, 여름보다는 공기가 마르고 시원한 초가을부터 늦봄까지가 어울립니다.

오늘 아침에 옷 안쪽에 한 번, 손목에 반 번만 하고 나왔는데도 하루 종일 잔향이 남아 있었어요. 방과 후에 교무실에서 같은 3학년 부장 선생님이 "무슨 향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향수에 관심 없으신 분이 유일하게 반응한 거라 신기했습니다. EDP라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오래 가네요. 확산은 조절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밀폐된 환경에서 사람을 많이 마주하는 직업이라면 2번 이상 펌핑은 조심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970년 출시라고 들었는데, 옛날 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요즘 많이 팔리는 합성 블로섬 계열이나 과일 향에 비하면 차갑고 지적입니다. '여자 향수'라는 틀에 가두기도 애매하고, 오히려 남성이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깔끔함이 있어요. 다만 사람에 따라 비누 냄새 같다고 느낄 여지도 있고, 꽃향기를 기대한 분에겐 풀 비린내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향이라 선물용으로는 절대 안 될 성격입니다.

아이들은 솔직해서 향에 대한 반응이 즉각인데, No 19는 유독 말이 없었어요. 거부 반응도 없고 좋아하는 티도 없고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갔습니다. 아마 향 자체가 워낙 절제된 구성이라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 듯합니다. 아이들이 향을 의식하지 않는 정도면 교실에 잘 어울리는 향수인 거죠. 그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조용히 혼자 즐기기에 좋습니다. 한여름과 한겨울만 피하면 계절 폭은 넓은 편이고, 단정한 옷차림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다만 구매 전 시향은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향은 '향수 같은 향수'가 아니라 어떤 분에게는 정원 그 자체일 테니까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

추천 2

댓글 3

  • 지갑은텅장2026-06-29 03:30:07.541Z

    아 No 19 여름에 못쓰겠다는거 진짜 공감간다... 나도 가을되면 꺼내는 향이 몇개 있는데 얘는 확실히 쌀쌀할때 제맛임 ㅎㅎ 근데 교실에서 아이들신경쓰이는거 너무 이해돼요 ㅠㅠ 나도회사서 향 진하게 나면애매해서데일리 고를때마다 눈치보게 되더란... 그래도 No 19은 은은하게퍼지니까괜찮지않을까싶다가도 막상 신경쓰이죠 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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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만먹는다2026-06-29 08:29:07.547Z

    교실에서 No 19면애들기립성저혈압올듯 ㅋㅋㅋ

    1
  • 겔랑할배2026-06-30 07:44:07.545Z

    아가씨, 교실에서 No 19라니 참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대부분 클린 머스크나 무난한 시트러스만 고집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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