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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3 Eau de Cologne, 여름 향의 허들을 낮추는 건 사치다

이 글은 No. 33 Eau de Cologne(No. 33 Eau de Cologne) 관련 후기와 커뮤니티 의견을 다룹니다.

풀배컬렉터J

2026-08-26 09:11:58.87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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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할리곤스가 2015년에 내놓은 No. 33 Eau de Cologne을 처음 시향했을 때 느낌은 '의외로 정직하다' 였습니다. 요즘 펜할리곤스 하면 포트레이트 컬렉션이나 트레이드 루트 라인처럼 컨셉에 방점을 찍은 출시가 많아졌는데, 이 제품은 그런 서사보다 구조 자체에 집중한 느낌이에요. 아로마틱 푸제르 계열로 분류되지만, 전형적인 푸제르의 무게감을 상당 부분 덜어냈습니다.

탑노트는 아르테미시아와 베르가못, 그리고 자몽이 먼저 올라옵니다. 베르가못 특유의 쌉쌀한 껍질 뉘앙스를 자몽이 살짝 더 밝은 방향으로 밀어주는데, 시트러스라고 부르기엔 산미가 절제되어 있어요. 아르테미시아가 즉시 허브의 드라이함을 깔면서 이 향이 단순한 썸머 스플래시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보통 이런 구성에서 아르테미시아를 과하게 쓰면 쑥 특유의 약재 틴트가 앞서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꽤 조심스럽게 배합되어 부담스럽지 않네요.

미들로 넘어가면 클라리 세이지와 코리앤더가 본격적으로 올라옵니다. 이 부분이 이 향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클라리 세이지는 라벤더 계열의 쿨링감을 머금은 허브인데, 라벤더 특유의 비누 뉘앙스가 거의 없이 마치 말린 허브 차 같은 정적인 따뜻함을 줍니다. 여기에 코리앤더가 가미되면서 스파이시한 결이 생기는데, 이게 톱노트의 시트러스 잔향과 만나면 흥미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쉽게 말해 '차가운 허브'와 '따뜻한 스파이스'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인데, 이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잡은 밸런스가 꽤 훌륭합니다.

베이스에서는 사이프러스가 지배적이에요. 침엽수 계열 특유의 레지너스한 깊이보다는, 사이프러스가 가진 건조하고 목질적인 측면을 부각시켰습니다. 덕분에 드라이다운이 처지지 않고 오래도록 팽팽한 실루엣을 유지합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는 미들이 주던 복합적인 재미가 많이 걷히고 단선적인 우디-아로마틱으로 정리되는 감이 있어서, 이걸 단조롭다고 느끼실 분도 있겠네요.

지속력은 오드콜로뉴라는 이름에 비하면 상당히 오래 갑니다. 정확히는 오드콜로뉴 농도가 아니라 전통적인 '오드콜로뉴 스타일'의 향조를 현대적인 오드퍼툼 수준의 지속력으로 만든 케이스에 가까워요. 6시간 정도는 무리 없이 유지되고, 피부에선 8시간 이후까지도 사이프러스 잔향이 남습니다. 확산력은 처음 1시간을 제외하면 의외로 얌전한 편이라,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 오히려 부담 없이 쓰기 좋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이자면, 이 향수는 '여름에 어울리는 진지한 향수'라는, 다소 까다로운 범주에 속합니다. 보통 여름 향 하면 시트러스 보디 스플래시나 아쿠아 계열의 가벼운 것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No. 33은 그런 즉각적인 청량감을 주는 타입이 아니에요. 대신 더운 날씨에 더욱 도드라지는 허브와 스파이스의 건조한 공기감을 즐기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흔히 말하는 '시원한 향'이 아니라,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향'에 가깝다는 점을 인지하고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풀배틀로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신중하게 '그렇다'고 답하겠습니다. 다만 이건 펜할리곤스 특유의 영국식 아로마틱 푸제르(예컨대 사토리얼이나 블레넘 부케)에 익숙한 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고, 좀 더 대중적인 여름 향을 기대하고 블라인드 구매했다가는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이 브랜드의 구형 바버샵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한 접근이에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

추천 7

댓글 1

  • 정품인증해드림2026-08-27 17:01:41.163Z

    아, 이거 시향했을 때 저는 오히려 좀 실망했어요. 팩트는 '구조에 집중했다'기보단 밸런스 잡다가 어정쩡해진 느낌에 가깝더군요. 탑은 분명 산뜻하게 열리는데 미들 넘어가면서 만드는 아로마틱 푸제르 특유의 빳빳함이 여기선 거의 힘 못 써요. 베이스는 또 따로 놀고. 결론은 여름날 뿌리기엔 애매하고, 이 가격이면 차라리 다른 시트러스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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