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디 파르마의 블루 메디테라네오 라인 중에서도 1999년에 나온 퀘르치아 마리나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절제된 마린 아로마틱에 속합니다. 흔히 여름 향 하면 시트러스가 터지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쪽은 오크모스를 연상시키는 그린 계열의 씁쓸함이 앞장서고 소금기 어린 해양 노트가 뒤에서 받쳐주는 방식이라 첫 인상이 결코 가볍지 않아요. 출시된 지 25년이 넘은 향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한 합성 칼론 계열의 과장된 아쿠아틱에 물린 사람들이 뒤늦게 찾는 경우가 꽤 있더군요. 다만 퍼포먼스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라, 세 시간을 넘기기 어렵고 옷감에 뿌려도 원하는 잔향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향 자체의 완성도와 지속력 사이에서 매번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묘한 제품입니다. 그래도 여름 한 철 조용히 즐기기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