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작인데도 여전히 제 선반 한켠을 지키고 있는 향입니다. 첫 스프레이에는 베르가못의 산뜻함과 오렌지 블로섬이 반짝이지만, 이내 헬리오트로프와 미모사가 끌어올리는 파우더리함이 자스민과 피치의 달콤함을 감싸며 상당히 점잖은 화이트 플로럴로 빠르게 수렴하네요. 흔히 떠올리는 가드니아의 진득한 꽃내음보다는 분말처럼 부드럽게 퍼지는 체험에 가까워서, 한여름보다는 에어컨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지는 환절기 실내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다만 시트러스의 해체 속도가 빨라 초반의 생기와 중후반의 우아함 사이 괴리가 느껴질 수 있는데, 바로 그 지점을 이해하는 순간 이 향을 계속 찾게 되더군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