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stant Magic은 2007년 출시 당시에도 겔랑에서 꽤나 실험적인 포지션에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니스와 베르가못, 카네이션 프리지아 미모사로 구성된 플로럴 계열인데, 정작 분무하면 플로럴은 어딘가에 희미하게 숨어 있고 파우더리와 바이올렛 어코드가 짙은 머스크와 뒤엉켜서 부유하는 느낌이 강하네요. 마치 직사광선을 오래 피해온 옷감 사이에 밴 향낭 냄새 같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같이 선선한 가을 공기 속에서 입으면, 오프닝의 아니스가 주는 차가운 아네스테틱 톤이 의외로 우디 베이스와 조용히 맞물려서 꽤 오래 잔향을 남기더군요. 다만 기대하는 전형적인 가을 묵직함과는 거리가 먼, 흐릿한 몽환 계열이니 시향은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