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사시 하와스 블랙은 출시 전부터 블랙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다크한 변주를 기대했는데, 실물은 오히려 원조 하와스보다 정돈된 느낌이더군요. 베르가못과 자몽이 처음 10분간 상쾌하게 터지고 파인애플이 은은하게 받쳐주는데, 이 지점까지만 보면 확실히 여름에 어울리는 아로마틱 프루티가 맞습니다. 다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시더우드와 파출리가 생각보다 무겁게 내려앉아서, 제 피부에서는 쿨링감이 오래 가지 않고 묘하게 텁텁한 우디로 마무리됩니다. 모시 어코드가 있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체감되지 않았고, 자스민이 날선 칼날처럼 들어오는 순간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만합니다. 결론적으로 여름 시트러스를 기대하고 블라인드로 들이기에는 리스크가 있는 구성이네요. 저는 이 가격대면 차라리 제 컬렉션에 있는 에르바 푸라를 다시 꺼내는 쪽이 낫겠습니다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