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출시니까 아직 백화점에도 안 풀린 거 맞죠. 저는 해외 프리오더로 구해서 오늘 받았습니다. 가을 타고 우디 땡기는 시즌에 저 멀리서 난리난 향수 하나 들어와서 공유 겸 풀어봅니다.
결론은, 본 인 로마 라인 중에선 가장 어둡고 칙칙한 향이에요. 제 기준에선 그게 장점입니다. 탑 오픈은 카다멈이랑 라벤더가 빡 쏘는데, 특이한 건 코코넛이 바로 받쳐서 올라와요. 근데 이 코코넛이 남양과자나 로션 쪽 코코넛이 아니고 껍질 통째로 태운 듯한 스모키함이 묻어 있어요. 달지 않고 텁텁한 코코넛. 먹는 걸로 치면 코코넛 밀크보다 코코넛 껍질 훈연한 쪽. 라벤더도 허브티처럼 건조하게 깔려서 초반부터 상쾌함보다는 우중충한 무게감이 확 옵니다.
중후반 가면 앰버우드가 메인으로 올라오는데, 이게 진짜 묘한 게 체리나 프루티 없이도 약간 보라색 느낌 나요. 이름처럼 멜랑콜리아 감성을 노린 건지, 우디인데 습하고 축축한 돌 같은 뉘앙스가 있어요. 흔한 시트러스 우디나 스파이시 우디랑 결이 완전히 달라요.
퍼포먼스는 확실히 개선됬습니다. 코랄 판타지나 옐로우 드림 같은 전작들보다 확실히 오래 가요. 팔목에 두 번 뿌렸는데 퇴근길까지 베이스 남아 있었고 옷엔 담날까지 갔습니다. 근데 확산은 생각보다 얌전해요. 본인 로마 라인이 원래 좀 확 튀는 편인데 이건 근접해야 느껴지는 은은함. 니치 향수 특유의 피부에 밀착되는 잔향 좋아하시는 분들은 만족하실 겁니다.
단점 딱 짚을게요. 첫째, 이거 여름 절대 못 뿌려요. 습도 높은 날엔 코코넛이랑 앰버우드가 눅눅하게 썩는 느낌 나서 진짜 더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같이 쌀쌀한 가을 초입 아니면 못 쓸 향이고, 한겨울엔 또 너무 가라앉아서 감흥이 없을 수도 있어요. 둘째, 가격. 발렌티노인데 병행이든 정발이든 2026 신상 프리미엄 붙어서 지금은 비쌉니다. 급하지 않으면 내년 봄 지나고 중고나라나 번개에 풀릴 때 사는 게 현명해요. 셋째, 호불호 존나 갈려요. 저는 우디 계열 중에 독특한 거 좋아해서 픽한 거지, 남들이 '우와 좋다' 할 향은 아닙니다. 테스트 못 해보고 직구 때리지 마세요. 백화점 입고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봅니다.
팩트는 이겁니다. 발렌티노가 이 라인으로 점점 니치 흉내를 내는 건 분명한데, 이번엔 꽤 과감하게 튀었어요. 대중적인 사랑보단 소수의 취향을 노린 티가 나고, 그 점에서 전 호의적이지만 남한테 추천할 향은 아닙니다. 가을 느낌 우디 검색하다 이 글 보신 분들은 제발 시향 먼저 하시고. 저처럼 호기심에 지르다간 방출 각이에요. 이상 짧지 않은 후기 마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