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랑 라 쁘띠 로브 누아 라인에서 2018년에 나온 블랙 퍼펙토 플로랄 EDT. 겔랑 특유의 아몬드 베이스에 로즈와 블랙 티, 무스크를 언저리에 두른 오리엔탈 플로럴인데, 막상 뿌려보면 오리엔탈이 강조되는 느낌은 아닙니다. 팩트는 이 향, 구조를 잘못 짚으면 그냥 로즈 아몬드 체리향으로 끝나는 수가 있어요.
탑은 로즈워터랑 레드 로즈가 먼저 터지는데, 진하고 어두운 장미가 아니라 시큼하게 쏘는 제라늄 계열 로즈에요. 여기에 아몬드가 바로 붙는데 이게 설탕코팅된 마지팬 같은 단내가 아니라 아몬드 밀크, 그러니까 살짝 묽고 고소한 결로 깔려요. 이 단계에서 은은한 가죽이 올라오는데 블랙 레더, 터프한 가죽 전혀 아니고 핸드백 안감에서 나는 무두질한 스웨이드 정도. 연약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도가 낮아요.
중반 넘어가면 블랙 티랑 블랙 무스크가 슬슬 올라오는데 이 티 노트가 향을 꽤 건조하게 만들어요. 달디단 로즈 아몬드 조합이 찐득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인데, 문제는 여기서 호불호가 엇갈립니다. 티 특유의 드라이함이 머스크와 만나면 종이 같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세요. 저도 처음 테스트할 때 이 부분에서 '어? 이게 겔랑 맞나' 싶더라고요. 라 쁘띠 로브 누아 오리지널이 가진 그 리치하고 관능적인 베이스 기대하고 들어오면 이건 좀 낯설어요.
드라이 다운은 거의 무스크와 스웨이드만 남는데, 4시간 넘어가면 확실히 피부 밀착형으로 바뀝니다. 잔향은 은은한데 지속력이 EDT 치고 나쁘지 않아요. 다만 확산력은 중간 이하. 제가 볼 때 이건 딱 두 부류한테만 맞아요. 로즈-레더 계열 좋아하는데 톰 포드나 프레데릭 말처럼 묵직한 건 부담스러운 사람, 그리고 겔랑 아몬드 노트에 꽂혔는데 르 부케 드 라 마리에는 너무 파우더리하고 달아서 질린 사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향 디스콘이라 지금 구하기 쉽지 않아요. 당근에서 종종 보이는데 리필각 제대로 봐야 합니다. 겔랑 라 쁘띠 로브 누아 계열은 묘하게 짝퉁이 많은 라인이거든요. 백화점 영수증 없으면 무조건 거르시길 권해요. 결론은 이 향, '겔랑 같아서' 찾는 거면 안 맞고, 오리엔탈 맞아? 싶을 정도로 차분한 가죽과 건조한 로즈가 취향인 사람한테만 취향 저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