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에 글만 읽다가 오랜만에 후기 하나 남깁니다. 교실에서 뿌릴 만한 데일리 향만 고집하다 보니 새 향수를 들이는 일이 드문데, 최근에 우연히 시향할 기회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뮈글러 Angel Étoile des Rêves, 2016년작입니다. 이름에 étoile, 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을 기대했어요. 사실 뮈글러 엔젤 하면 제게는 패출리와 달콤함이 강렬하게 부딪치는 이미지라, 교실에선 도저히 못 뿌리겠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쪽 계열은 오래도록 손이 안 갔습니다.
시향한 순간 첫 인상은 '뮈글러가 이런 부드러운 문법도 쓸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기존 엔젤의 DNA는 확실히 남아 있어요. 스위트 계열 특유의 프랄린 비슷한 달콤함이 먼저 오는데,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습니다. 기존 엔젤이 초콜릿과 캔디로 직격하는 느낌이라면, 에투알 데 레브는 바닐라의 부드러운 면을 앞세워서 조금 더 가볍게 풀어냈습니다. 이 지점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볍다 해도 2시간 정도 지나니 패출리가 점점 올라오더군요. 실내에서 뿌렸더니 이걸 교실에서 쓰는 건 무리겠다 싶을 만큼 존재감이 꾸준했습니다. 방 하나 정도에는 금방 퍼지는데, 패출리 특유의 흙냄새 비슷한 뉘앙스가 살아나서 의외로 오래 갑니다. 생각해 보면 뮈글러 향들이 대체로 지속력 하나는 확실하니까 오히려 이쪽이 본연의 성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닐라와 패출리의 비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패출리 쪽으로 기우는 점은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바닐라 베이스가 받쳐주길 기대했는데, 정작 3시간 차에는 패출리가 더 앞으로 나와서 약간 당황했습니다. 그 때문에 '은은한 데일리'를 찾는 제 기준에는 맞지 않아서, 결국 구매는 안 했습니다. 첫 인상만 보고 샀으면 후회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시향 더 꼼꼼히 하길 잘했다 싶더군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파우더리한 잔향이 조용히 깔리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몽환적이라고 표현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후반부인 듯합니다. 바닐라가 완전히 빠진 후에도 약간 분 같은 밀착감이 남아서, 자기 전에 손목에 살짝 올려놓으면 편안하겠단 생각은 들었어요. 다만 이 편안함을 느끼기까지의 전개가 개인적으론 꽤 길고 요란했습니다.
실착을 고려하신다면 시향지를 넘어서 최소 반나절 정도는 직접 피부에 얹어보시길 권합니다. 옷감보다 피부에서 패출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그게 본인 취향인지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저처럼 두통까진 안 오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부담스러울 수준은 충분히 될 만한 향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