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마 사이 잠깐 낀 고온에 지겨워져서, 평소라면 손이 가지 않던 아쿠아틱 계열 병을 몇 개 꺼내 시향하다가 결국 Zoologist의 Squid를 며칠째 착향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아쿠아틱이 시트러스나 칼론으로 투명한 바다를 그린다면, 이쪽은 오히려 어둡고 무거운 심해 쪽에 가까워서 여름용으로 분류하기엔 좀 이질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오프닝에서 피치 못할 염분과 핑크페퍼의 부스스한 자극이 먼저 올라오고, 곧바로 잉크 노트 특유의 퀴퀴하면서도 달큼한 짠맛이 향 전체에 먹물을 풀어놓은 듯 번집니다. 여기에 인센스와 오포파낙스가 더해지면서 투명한 바다가 아니라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해의 퇴적물 같은 인상으로 수렴되는데, 대중적인 아쿠아틱이 주는 상쾌함을 기대했다면 확실히 당황할 만한 구성입니다. 드라이다운으로 갈수록 앰버와 발사믹 계열이 두께를 더해주어 아로마틱한 잔향이 꽤 오래 체류하는 편이고, 발향력도 적당히 있어 사무실보단 혼자 즐기거나 한여름 밤 산책에 어울린다고 봅니다. 아쿠아틱을 의외의 각도에서 풀어낸 점은 흥미롭지만, 제게는 여전히 단독 풀배까지 갈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