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시오의 신작 나코틱 딜라이트를 풀배로 들여서 3일 정도 착향해 보았습니다. 블랙페퍼와 핑크페퍼의 스파이시함이 첫 분사부터 상당히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데, 여기에 체리와 코냑이 곧바로 합류하며 예상보다 무게감 있는 달콤함을 형성합니다. 흔히 체리 노트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인 약 시럽 느낌은 없어서 다행이었고, 대신 코냑 특유의 발효된 듯한 깊이가 체리의 당도를 잘 통제해 주는 인상입니다. 헤디온이 은근하게 확산을 도와주면서 장미가 뾰족하게 튀지 않고 바닐라와 체리 사이를 부드럽게 메우는 구조인데, 이 구성이 생각보다 정교해서 단순한 미식향으로 치부하기는 어렵겠네요. 다만 오리엔탈 바닐라 계열 특유의 묵직함이 호불호를 가를 소지가 있고, 여름보다는 다가오는 가을부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