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작 입생로랑 롬므 파르펭 인텐스를 꺼내 입었습니다. 베르가못과 레몬으로 시작하는 시트러스가 반짝이지만, 그 상쾌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블랙페퍼의 스파이시함이 곧바로 끼어들고 아르테미시아의 씁쓸한 허브 뉘앙스가 전체를 무겁게 끌고 가네요. 오렌지 블로섬과 바이올렛 리프가 은은하게 깔리며 플로럴한 숨결을 불어넣지만, 이 향의 정체는 결국 앰버와 애니멀릭 어코드에 있습니다. 드라이 다운으로 갈수록 따뜻하면서도 살짝 야생적인 동물성이 올라오는 구조라서, 착용하는 계절과 시간대를 많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2010년대 초반 오리엔탈 우디 계열에서는 상당히 진지한 접근을 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