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페티 레더는 베르가못과 카다멈이 열어주는 첫 인상이 꽤 드라이해서 한 번 시향만으로는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펜할리곤스 특유의 유려함보다 가죽의 건조한 결이 먼저 느껴져서 반가움이 컸던 기억이 나요. 제대로 착향을 해보니 중반부터 플럼이 은은하게 감돌면서 딱딱하던 가죽의 질감을 부드럽게 풀어주는데, 이 지점에서 라벤더가 살짝 비누향처럼 작용해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단순한 스파이시 레더가 아니라 베이스로 갈수록 그린 노트가 되살아나서 시트러스와 묘한 균형을 이루는 구성이 이 향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부티나는 가죽 가방 이미지보다는 낡은 서재의 갱지 냄새에 가까워서 호불호가 갈릴 만한데, 저는 그 지점이 오히려 만족스러워서 30미리로 입문했다가 이틀 만에 풀배로 다시 들였습니다.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