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에서 2018년에 나온 피지 핑크. 지금은 단종됬는지 매장별로 재고가 들쭉날쭉하더군요. 어느 지점에선 먼지 뒤집어쓰고 테스터만 덩그러니 있고 직원도 모르는 경우 봤습니다.
팩트는 이 향수 병 디자인이 좀 싼티 납니다. 뚜껑 플라스틱 마감도 그렇고, 자라 특유의 펌핑 압력이 일정하지 않아서 한 번 누를 때마다 양 조절 안 되는 불편함은 기본이에요. 근데 이 가격대에서 마감 따지는 건 의미 없죠. 결국은 향만 보면 된다고 봅니다.
스프레이 뿌리자마자 올라오는 건 레드 프루트인데, 솔직히 딱 그거예요. 편의점에 파는 딸기 사탕, 덜 익은 산딸기보다는 인공적인 단맛에 가까운. 상큼 터지는 프루티를 기대했으면 첫 노트에서 살짝 당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건 로즈가 초반부터 프루트랑 엮여서 치고 올라온다는 거. 장미 특유의 초록 시큼함은 억제돼 있고, 말린 장미잎을 설탕에 절인 느낌. 차라리 로즈 캔디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10분에서 30분 사이가 이 향수의 가장 정직한 구간입니다. 로즈가 프루트의 인공적인 단맛을 어느 정도 눌러주면서 플로럴 프루티 밸런스가 적당히 잡혀요. 은은하게 올라오는 머스크가 이걸 또 살짝 따뜻하게 감싸는데, 이 머스크가 합성 티가 좀 납니다. 백화점 브랜드 머스크처럼 공기감 있게 퍼지는 게 아니라 약간 착 달라붙는 바디로션 베이스 같은.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 분들 분명히 있어요.
지속력은 옷에 뿌리면 반나절 약간 넘고, 피부는 3시간 정도가 한계. 확산력은 팔 뻗으면 향이 애매하게 날랑말랑 하는 수준이라 오히려 사무실 같은 데서 부담 없이 쓸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이거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 여름에 이 향 뿌리면 습도 때문에 머스크가 더 무겁게 깔려서 답답할 수 있어요. 지금 같은 환절기 실내용이 적합하죠.
저는 지인 선물로 들어온 걸 양도받아서 써본 케이스인데, 정가 2만 원대 초반이면 이해됩니다. 듀프라기보단 자라 자체적으로 이런 결의 대중적인 로즈향을 잘 뽑았다고 봐요. 그래도 이걸 직구 프리미엄 붙여서 3만 원 이상 주고 사는 건 비추. 그 돈이면 차라리 데메테르나 바디판타지에서 원하는 노트 단일향 찾는 게 더 만족도 높을 수 있습니다.
단종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굳이 구한다면 오프라인 매장 확인이 먼저고, 온라인 중고거래는 제발 조심하세요. 벌크나 리필 통에 담긴 거 절대 사지 마시고, 미개봉도 박스 밀봉 스티커에 손상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자라 향수 짝퉁도 돈 된다 싶으면 도는 세상이에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