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타파의 Taj Rasi Gold Edition을 시향하고 정리한 소회를 남겨 봅니다.
이 향수를 접하기 전에 들었던 소문은, 특정 고가 오리엔탈 플로럴의 대체재로서 제법 근접한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첫 분사를 해보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듀프 하우스의 고질적인 한계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자리였습니다.
탑노트는 사실 꽤 듣기 좋게 시작합니다. 카시스의 톡 쏘는 듯한 프루티함과 프리지아 특유의 경쾌한 플로럴이 마치 잘 만들어진 여성용 프루티 플로럴처럼 첫인상을 장식합니다. 샤워한 직후의 포근함 같은 느낌을 살짝 얹은 듯하여 첫 10분 정도는 "의외로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합성적인 프루티 노트의 질감이 점점 얇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로즈와 머스크, 파출리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 조합이 지나치게 평면적입니다. 마치 값싼 바디 미스트에서 느껴지는 인위적인 스파이시함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더해 샌달우드가 베이스에 깔려야 하지만, 제 코에는 천연 샌달우드의 크리미한 깊이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합성 우디 계열의 날카로운 잔향만 남습니다.
제가 듀프 하우스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인데, 탑노트는 원본의 인상적인 부분을 제법 흉내 내지만 드라이다운으로 갈수록 끝내 갈리는 그 순간이 명확하게 옵니다. 원본이라면 이 시간에 복합적인 레이어링과 함께 자연스러운 잔향의 여운이 공간에 스며드는데, Taj Rasi Gold Edition은 그런 깊이 없이 단순하게 사라집니다. 오래 갈 것처럼 강하게 뿌려지지만 실제로 남는 향의 질은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공허합니다. 가격 대비 나쁘지 않다는 말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수집 가치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듀프를 구매할 바에는 차라리 조금 더 투자해서 소용량 오리지널을 들이거나, 향수 자체를 바꾸는 편이 낫다는 것이 제 오랜 지론입니다. 디캔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잘 보관해도 오리지널 병입에서 느껴지는 개봉 직후의 생기나 노트의 완전한 발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제품 역시 그러한 제 지론을 정면으로 반박해주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향수는 단순히 '비슷한 냄새'를 넘어서는 섬세한 완성도와 시간축 위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제품은 그저 무난한 생활 향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혹시나 구매를 고민 중이신 분들이 있다면, 차라리 조금 돈을 더 모아 원본으로 가시는 쪽을 조심스럽게 권해 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