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해외 출장 중 우연히 면세점에서 발견한 입생로랑 몽 파리 컬렉터 에디션을 구매했습니다. 2024년 출시작인데 사실 이 라인의 오리지널이 2016년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저와는 거리가 먼 향이었습니다. 베르가못, 칼라브리안 베르가못, 칼론, 오렌지, 배, 라즈베리가 톱노트를 구성하는 전형적인 시프레 프루티 계열이고, 프루티와 스위트, 화이트 플로럴 어코드가 주를 이룹니다. 제 컬렉션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성인데도 이번 에디션만은 병 디자인이 유난히 눈에 띄었고, 에디션별로 패키징이 조금씩 달라지는 입생로랑의 마케팅 전략에 수집가로서 흥미가 동해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분사해보니 예상 그대로입니다. 오프닝은 무척 달콤합니다. 라즈베리와 배가 중심을 잡으면서 오렌지가 살짝 산뜻함을 보태주는데, 이 조합이 칼라브리안 베르가못과 만나면 굉장히 진한 과일 사탕 같은 느낌을 줍니다. 붉은 과실 계열의 당도가 생각보다 높아서 첫 인상은 거의 청량감 없는 프루티 펀치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이트 플로럴이 올라오는데 이 부분은 꽤 정갈합니다. 과하지 않은 재스민과 약간의 꽃잎 내음이 달콤함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해서 미들 노트까지는 그럭저럭 균형을 찾아갑니다.
다만 저는 드라이다운에서 실망했습니다. 시프레 프루티 계열 특유의 오크모스나 파출리 베이스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끝까지 잔당감 위주로 마무리됩니다. 바카라루즈540 같은 고급 니치의 잔당감은 에어리하고 투명한 결정체 같은 느낌이라면, 몽 파리 컬렉터 에디션은 다소 평면적인 단맛으로 남습니다. 6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확산력은 중간 정도고, 3시간 이후부터는 스킨센트에 가깝게 가라앉습니다. 이 가격대 디자이너 향수로는 준수한 퍼포먼스지만, 제 기준에서 수집할 만한 구조적 깊이는 아니었습니다.
수집가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이 향수는 컬렉션의 일부로서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60병 넘는 진열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이유는 오로지 에디션으로서의 희소성 때문이고, 향 자체에 끌려서 구매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 데일리 시그니처로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몽 파리 오리지널도, 이 컬렉터 에디션도 권하지 않을 겁니다. 이 가격대라면 차라리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이나 디올의 미스 디올 오리지널이 시프레 프루티의 정석에 더 가깝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아함이 살아납니다. 몽 파리는 출시 초기부터 20대 초중반 여성층을 타겟으로 기획된 라인이라, 30대 후반인 저에게는 달콤함이 다소 평면적으로 와닿았고 레이어링 없이 단독으로 즐기기에는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 향수를 두고 가성비를 논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이런 에디션 한정판에 가성비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집은 취미고, 누군가에게는 이 병의 장식성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디캔이나 듀프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패키징의 완성도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다만 향이라는 본질로만 평가한다면, 이 가격이면 조금 더 보태어 니치 영역의 프루티 플로럴을 알아보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예를 들어 프레데릭 말의 까르날 플라워나 톰포드의 로스트 체리 같은 향들이 과실과 꽃의 조화를 훨씬 정교하게 직조해냅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결국 향수라는 것은 착용하는 사람의 피부에서 완성되는 예술이니까요. 저는 이 향을 몇 차례 더 가볍게 즐기다가 아마 진열장에서 오랫동안 병의 아름다움만 감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