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향은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 무게감을 지녔습니다. 개봉 직후에는 자스민과 로즈가 제법 우아하게 열리지만, 이내 앰버와 파출리, 바닐라가 삼중으로 눌러앉으며 마치 침전된 퇴적층처럼 공간을 장악하네요. 문제는 이 구조가 90년대 특유의 관능적인 방향으로 풀려나길 거부하고 끝내 탁한 단계에 머문다는 점입니다. 시향 두 번 만에 저는 결국 풀배를 접었고, 지금도 진열장 구석에서 병목만 무겁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