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작을 이제야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 구해둔 것을 묵혀두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첫 스프레이를 하고 나니 이 향이 왜 조용히 단종 수순을 밟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아이리스의 파우더리함이 전면에 깔리는데, 장미가 받쳐주는 방식이 아니라 화장품 가루 자체를 머금은 듯한 질감으로 다가옵니다. 앰버와 머스크는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그 가루의 온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에 머물고, 확산력도 의외로 절제되어 있어서 향수를 뿌린다기보다 분첩을 꺼내 든 느낌이랄까요. 같은 파우더리 계열이라면 프레데릭 말의 리스 아이리스보다 구조가 훨씬 단순하고, 미등의 향수처럼 장식적인 요소마저 빼버린 구성입니다. 저처럼 아이리스 노트를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호불호가 분명할 것이고, 아침보다는 실내에서 오래 머무는 날에 더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풀배를 권할 만큼의 완성도는 아니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