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샤네 술탄 베티버 디캔해서 3주 정도 출근할 때 뿌려봤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거 영업용으로 쓰기엔 좀 애매합니다. 사실 전 베티버 계열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느낌.
오프닝은 베르가못이랑 아니스가 확 올라오는데 이 조합이 미묘하게 한약재 느낌 나더라구요. 아니스 특유의 달짝지근하면서도 약냄새 같은 그 향이 베르가못과 만나니까 처음엔 꽤 이질감 있었네요.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동료 한 명이 무슨 쌍화탕 냄새 나냐고 묻길래 좀 당황.
근데 30분쯤 지나면서 자바 베티버 특유의 흙냄새랑 스모키함이 올라오는데 이 부분은 진짜 잘 뽑았다 싶더라구요. 흔한 베티버 향수들처럼 인위적인 느낌 없이 꽤 리얼한 뿌리 냄새에 가까워요. 후추도 살짝 올라와서 알싸한 터치 더해주고. 여기까지는 솔직히 베티버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 저격일 것 같고, 실제로 향수 좀 아는 거래처 사장님이 무슨 향이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다만 영업맨 입장에서 좀 걸리는 게 중후반에 이 베티버가 너무 날것 그대로에요. 보통 무난하게 쓰는 블루드샤넬이나 소바주는 합성 베티버라도 대중적인 느낌으로 잘 갈무리해 놨는데, 술탄 베티버는 말 그대로 베티버 원액 들이붓는 느낌이라 호감도가 좀 갈리네요. 실제로 지난주에 소규모 미팅에서 상대측 여성분이 향이 좀 쎄다고 슬쩍 말하더라구요. 실내에선 확실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었네요.
아 그리고 시즌도 좀 타는 것 같아요. 요즘처럼 조금 쌀쌀할 땐 애매하고 여름에 뿌리면 또 너무 찐득해질 거 같고, 환절기나 초가을쯤이 딱일 듯. 2013년 출시치고는 레트로한 감성 없이 꽤 현대적인데, 그만큼 베티버 중심으로 밀어붙이는 구성이라 무난하게 핏되진 않아요. 영업에서 무난함=생명인데 이건 무난함과는 거리가 좀 있네요.
솔직히 취미용으로는 훌륭합니다. 베티버를 단계별로 쪼개서 보여주는 구성이 재밌고 지속력도 꽤 좋아요. 옷에 3번 뿌리면 저녁까지 남아요. 근데 저처럼 데일리 영업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그냥 디캔 먼저 해보시는 걸 추천. 풀바틀 지르기엔 영업장에서 호불호 갈릴 위험 부담이 좀 있어요. 전 이거 디캔 다 쓰고 나면 아쿠아디지오로 돌아갈 듯.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