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출근하며 오랜만에 딥티크 Tam Dao EDP를 뿌렸습니다. 이 향수를 생각하면 언제나 낡은 사찰 마루보다는 갓 깎은 백단목 조각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탑노트에서 사이프러스와 로즈우드가 섞여 올라오는 순간은 꽤 건조하고 예리한데, 이내 중심을 잡는 샌달우드가 거칠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질감으로 전개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우디함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우더리한 잔향 쪽으로 기울며 약간의 스파이시 뉘앙스를 흘린다는 사실입니다. 크리드나 MFK의 우디 계열이 구조미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과 달리, Tam Dao는 마치 침묵을 정제해 병에 담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화려함보다는 공간을 차분히 정돈하는 향이라, 요즘 같은 가을 아침에 뿌리면 외투 안쪽에 스민 잔향이 오히려 과하지 않게 오래 남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확산력이 강한 편은 아니라서, 스스로를 위한 위안에 더 가까운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