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카드값 보다가 현기증 나서잠깐 누워있다 왔어요...ㅋㅋㅋ 블프도 아닌데 왜 샀냐면요, 한정판이라길래요. 한정판. 이 단어에 내지갑은 왜 이렇게투명해지는 걸까요. 킬리안 블랙 팬텀메멘토 모리 애니버서리 에디션. 이름부터 길어서이미 지는 느낌이었는데 결제는 3초컷이었당...
일단이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오리엔탈 바닐라계열답게 무지하게 달아요. 스위트, 우디, 초콜릿 어코드가 메인인데 솔직히 첫 느낌은 그냥 다크초콜릿에 럼주살짝섞은 디저트 향이에요. 여기까지는 솔직히 좋았어요, 진심으로. 킬리안 특유의 묵직한 단내가 처음에는 '오나좀 시크하고 시니컬한 척 할 수 있겠다' 싶게 해주거든요.
문제는 한 시간 뒤부터... 바닐라가 점점 더 도드라지면서 그 달달함이 이상하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해요. 초콜릿이랑 만나서 그런지 약간 탄내 비슷한게 올라오는데 이게 커피향도 아니고 그냥 애매하게탄 설탕 같아요ㅠㅠ 네, 제 표현이 맞습니다. 탄 설탕. 누가 초콜릿 바닐라 아이스크림을실수로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리고 탄내 맡을 때의 그 느낌... 이걸 왜몸에 뿌리고 출근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퇴근하고 나서도 이 향이 계속 저를 따라와서현관에서 현타 왔어요. 확실히 지속력은 미쳤어요. 오전에두 번 뿌렸는데 밤 10시에 샤워하려고 옷 벗는데팔뚝에서 아직도 따뜻하고 달짝지근한 그 탄 초콜릿 바닐라가... 이걸 오래 간다고 좋아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용히 전신샤워를 두 번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속력이에요. 우디는거의 들리지도 않고, 그냥 단내가 내 몸을 점령했어요.
2022년 출시된애니버서리 에디션이라는데, 일반 블랙 팬텀이랑 뭐가 다른지는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냥 병 디자인이더 무섭게 생겼어요. 해골이랑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는데, 이걸 보면서 '시간이곧 돈이고 이 향수를산 내시간은곧 야근으로 대체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마케터의 삶이여... 시그니처 향수 하나 정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알았으면 10년 전에그냥 아무 샤워 코롱이나 붙잡고 살 걸 그랬어요.
혹시 이 향수저한테 양도받으실 분 계시면... 아니에요, 그런 말 안 할게요. 제가 다음 달에도 또 한정판 소식 들으면 게시글 쓰고 있을 테니까요. 이거 사려는 분들은 제발 시향 한 번만 더 하고 오세요. 저처럼 인터넷에서 바이 킬리안이름값만보고 '블랙 팬텀이라니... 왠지 나 어둠의 자식 같고 멋있어'하고지르지 마시고... 향수는 로맨스가 아니고 현실이에요. 탄 초콜릿 현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