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출시 직후 백화점에서 시향하고 한 달 고민하다가 결국 풀배로 들였습니다. 베르가못과 만다린 오렌지가 터져 나오는 탑노트는 확실히 산뜻하고 매력적인데, 이게 릴리와 네롤리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방향성을 잃기 시작합니다. 바닷물 노트가 화이트 플로럴과 만나면서 의도한 건 시원한 해안가의 꽃밭이었겠지만, 실제로는 비누 베이스에 시트러스 향수 뿌린 듯한 인공적인 청량감에 머물러 버리더군요. 일랑일랑이 오리엔탈 플로럴로서의 축을 잡아줘야 하는데, 워낙 옅게 깔려서 구조감을 살리지 못합니다. 드라이다운까지 가기도 전에 향이 흩어져버려서 지속력도 기대 이하고요. 오리엔탈 플로럴이라기엔 오리엔탈의 무게감이 없고, 프레시 플로럴이라 하기엔 애매한 중간 지점. 60병 넘게 진열장에 두면서도 손이 가지 않아 결국 작년에 방출했습니다. 컬렉션 가치로는 글쎄요 싶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