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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시트러스 찾다가 입생로랑 블루에 정착할 뻔한 이야기

이 글은 L’Homme Cologne Bleue(L’Homme Cologne Bleue) 관련 후기와 커뮤니티 의견을 다룹니다.

풀배컬렉터J

2026-07-04 03:37:53.26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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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아쿠아틱 계열을 하나 더 들이려고 꽤 오래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법정과 사무실을 오가는 일정이다 보니, 여름에는 확실히 부담 없이 뿌릴 수 있는 시트러스나 프레시 계열이 손이 자주 가더군요. MFK 아쿠아 유니버셜리스 포르테를 거의 바닥까지 쓰고 나서 대체할 만한 걸 찾고 있었습니다. 아쿠아 유니버셜리스 포르테도 사실 명백한 걸작인데, 같은 걸 또 들이기보다는 컬렉션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그때 백화점 시향 코너에서 만져본 입생로랑 롬므 콜로뉴 블루에는 첫 인상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블랙페퍼와 블러드 오렌지가 열어주는 탑노트가 예상보다 훨씬 자극적이면서도 산뜻했고, 카다멈이 특유의 스파이시한 시원함으로 받쳐주면서 마치 탄산수 같은 청량감을 만들어내더군요. 만다린 오렌지와 자몽도 같이 섞이는데, 흔한 에너지드링크류의 시트러스 폭탄이 아니라 절제된 산미를 유지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다 노트는 생각보다 옅게 깔려서, 전형적인 칼론 원이나 불가리 아쿠아 같은 노골적인 해양 향과는 결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트러스와 아로마틱 스파이스가 주인공이고, 바다는 그저 배경에 머무는 정도랄까요.

문제는 시향지에서 확인한 이 느낌이 피부 위에서는 꽤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손목에 분사하고 3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탑노트의 자극적인 페퍼와 시트러스가 빠르게 물러난 자리에 남는 건 대부분 카다멈과 미네랄 터치가 가미된 머스크 베이스였습니다. 중반부가 거의 생략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탑노트가 워낙 명확하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 급격한 전환이 더 아쉽게 다가왔어요. 마치 서론과 결론만 있는 소송 준비서면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속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5~6시간 정도면 엷은 스킨 향으로 남아 있고, 옷감에 분사하면 다음 날 아침까지 잔향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확산력은 대체로 절제된 편이고, 과하게 뿌려도 주변 사람들에게 실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오피스 환경이나 더운 날씨에 적합하도록 의도된 설계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향에서 2018년 출시 당시 기대했을 법한 독창성을 충분히 발견하지는 못했어요. 입생로랑의 기존 롬므 라인과 비교하자면, 오리지널 롬므의 구조적 완성도를 시트러스 아쿠아틱으로 가볍게 희석한 듯한 느낌이고, 블루 네이밍을 달고 나온 다른 경쟁작들—특히 블루 드 샤넬이나 디올 소바주의 초기 버전들이 보여줬던 장르적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가격대를 고려하면 준수한 선택지입니다. 100ml 풀배 기준으로 MFK나 크리드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고, 더운 계절에 부담 없이 아침마다 손이 가는 향이라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컬렉션에 추가하기보다는 샘플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풀배로 들일 만큼 개인적인 애착이 생기지는 않았어요.

여름용 시트러스 찾으시는 분들께는 일단 시향을 권해드립니다. 특히 블랙페퍼와 카다멈이 주는 스파이시 프레시 계열을 평소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꽤 즐겁게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반면에 복합적인 드라이다운이나 중반부의 미묘한 변화를 기대하시는 분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결국 다시 MFK 아쿠아 유니버셜리스 포르테 풀배를 재구매했고, 블루에는 10ml 디캔 하나만 남겨서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뿌리고 있습니다. 디캔은 알고 있습니다, 변질되기 마련이지만 이정도 용도면 그냥 소모품으로 쓰는 거죠.

여러분은 여름 시트러스 용으로 어떤 걸 주로 쓰시나요. 혹시 블루에 드셔보신 분들 중에 저랑 다르게 느끼신 사례가 있다면 의견 듣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

추천 4

댓글 4

  • 공병수집가2026-07-04 09:31:53.265Z

    아... 저도 아쿠아 유니버셜리스 포르테 거의 다 써가는데 같은 고민 중이었어요. 입생로랑 블루도 시향해봤는데 솔직히 첫 분사는 진짜 예쁜 시트러스인데 중후반에 그 특유의 짭조름한 앰버우디가 올라오면서 좀 무거워지더라구요. 여름에 부담 없이 뿌리기엔 살짝 애매할 수도 있어요. 보틀은 진짜 예쁘긴 하죠... 그 다크 블루 유리병에 Y자 라인 ㅠㅠ 전 보틀 때문에 살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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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린맘2026-07-05 10:29:56.462Z

    아, 입생로랑 블루 전 얘기가 나왔네요. 저도 여름마다 시트러스 하나씩 들이는 편인데 작년에 거의블루로 갈 뻔했다가 말았거든요. 오프닝은 진짜 상쾌하고 깔끔하게 터져서 마음에들었는데, 이상하게 시간 지나면 제 피부에서는 짭짤한해조류 비슷한 뉘앙스가 올라오더라구요. 원래 향수랑궁합이라는 게 내몸에 뿌려봐야 아는 거라. 결국 저는 겔랑의 아쿠아 알레고리아 만다린 바질릭으로 넘어갔어요. 좀 더 클래식한 시트러스 허브 계열이라서 중년에도 부담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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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는팩트2026-07-05 12:49:02.741Z

    ㅋㅋ 아쿠아 유니버셜리스 포르테면 이미 정답 찾은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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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은텅장2026-07-05 14:13:55.758Z

    아... 이 타이밍에 그 고민 완전이해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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