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상 향수들 이것저것 시향 샘플만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돌체앤가바나의 벨벳 자페라노도 그 중 하나였는데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도해 봤네요.
-
사프란의 첫 인상 스프레이를 누르는 순간, 사프란이 제법 또렷하게 올라옵니다. 흔히 말하는 병원 냄새나 의약품 느낌의 차가운 사프란이라기보다는 약간 바짝 말린 듯한 건조한 스파이스에 가까웠어요. 이 첫 인상이 사실 좀 독특했습니다. 마치 차가워야 할 무언가에 체온이 닿아 미지근해진 느낌이랄까요.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건조하게 피어오르는 스파이시함, 이걸 웜 스파이시라고 표현하는군요. 공감이 갔습니다.
-
담뱃잎과 타바코의 겹 5분 정도 지나니 사프란의 매캐한 끝단을 살짝 감싸듯 담뱃잎과 타바코의 느낌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 부분이 참 절제되어 있어서 좋았네요. 연초 특유의 퀴퀴하거나 자극적인 구석 없이, 마치 햇볕에 잘 말린 잎사귀처럼 부드러운 텍스처로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시더나 베티버 같은 나무 계열이 아니라 앰버와 라브다넘으로 그 바탕을 깔아서 그런지, 연기라기보다는 은은하게 그을린 듯한 스킨 향 비슷한 인상도 들었습니다.
-
베이스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포근함 시간이 제법 지나면 앰버와 라브다넘, 파출리가 차분한 바탕을 만듭니다. 여기서 파출리는 흙냄새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거의 감지되지 않을 수준의 흔적으로만 남네요. 베이스는 상당히 포근한 편이었습니다. 사프란과 담뱃잎으로 시작한 날 선 긴장감이 마지막에 가서야 편안한 앰버의 온기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아요.
-
전체적인 인상과 아쉬운 점 확실히 2024년에 나온 향수치고는 상당히 고전적인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오리엔탈 스파이시 계열 특유의 진득함이 있네요. 다만 가끔 사프란이 앞으로 툭 튀어나올 때의 그 특유의 쿰쿰함이 약간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습니다. 이게 미묘한 거부감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추워질 무렵, 스웨터나 니트류에 스며들면 제법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더운 계절이나 실내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는 상대에게 부담을 줄 여지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확실히 유행보다는 자기 체온과 잘 맞을지 신중하게 시향해야 할 향수라는 결론을 내렸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