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고 날이 선선해지니 오랜만에 시프레 계열을 뒤적이게 됩니다. 제르조프 베굼은 분명 노트 구성만 보면 전형적인 시프레 플로럴이지만, 실제로 뿌려보면 묵직한 오크모스나 어두운 그린 노트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프닝의 베르가못과 레몬은 금세 수그러들고, 그 자리를 불가리안 로즈와 다마스크 로즈가 파우더리하게 채우는데 이 장미들이 꽤 달아요. 레드 베리가 은은하게 끼면서 우디 베이스가 받쳐주긴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침대 헤드에 뿌려둔 로즈 파우더 같은 느낌이라 무게감은 거의 없습니다. 가을 향 찾으면서 은은한 장미와 분 냄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괜찮겠지만, 저처럼 제대로 된 녹음 짙은 시프레를 상상하고 접근하면 첫 스프레이에서 당황할 수 있겠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