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드 리에르 오 드 뚜왈렛은 제 수집 선반에서도 꽤 오래 자리만 지키다가 결국 방출된 케이스입니다. 출시 연도가 2006년이니 딥티크 안에서는 비교적 초기 라인업에 속하고, 계열이 플로럴 그린이라는 점에서 접근은 쉬웠습니다. 그린과 프레시, 우디 어코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정보만 접하면 누구나 ‘싱그러운 담쟁이덩굴이 뿜어내는 수액 향’ 정도를 기대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로 순순히 넘어가지 않는 향이었습니다.
첫 분사는 확실히 그린 노트가 전면에 나옵니다. 잘게 짓이긴 이파리에서 푸른 즙이 배어나오는 듯한, 현실의 식물을 연상시키는 녹색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풀 내음에 그치지 않고 어딘가 흙먼지 섞인 건조함을 동반합니다. 흔히 말하는 갓 깎은 잔디밭의 투명한 청량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이게 단순한 프레시 그린 계열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문제는 10분 내외로 전개되는 미들로 넘어가면서 발생합니다. 이 향수에는 분명 플로럴이 표기되어 있지만 장미나 재스민 같은 친숙한 꽃 내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특정 관목에서 나는 듯한 가볍고 날카로운 꽃가루의 느낌, 거기에 생 나무껍질을 손으로 비볐을 때 나는 알싸한 수렴감이 얹힙니다. 이 상태에서 시트러스로 상쾌하게 빠져주거나 머스크로 부드럽게 마무리되지 않고, 점점 더 건조한 우디로 향이 경사집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드라이다운은 우디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샌달우드의 크리미한 질감이나 시더우드 특유의 연필깎이 같은 깔끔함은 없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목재 가구 표면에 미세하게 앉은 먼지와, 그 먼지가 햇빛에 데워지면서 피어오르는 퀴퀴함을 머금은 듯한 질감입니다. 담쟁이덩굴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축축하고 이끼 낀 습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건조하고 날 선 투박함이 지속됩니다. 지속 시간 자체는 오 드 뚜왈렛 치고 5~6시간 정도로 짧지 않지만, 그 시간 내내 이 녹색의 드라이한 질감이 코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단점이었습니다.
저는 웬만한 향수에는 두통을 잘 겪지 않는 편인데, 오 드 리에르는 고개가 지끈거릴 정도로 특정 노트가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조향 의도 자체는 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관상용 덩굴식물보다는 자연 상태에서 거칠게 뻗어나가는 덩굴의 생경한 에너지를 포착하려 한 것 같은데, 그게 제게는 꽤 공격적으로 변질되어 다가왔습니다. 그린 노트의 캠퍼러스한 면을 좋아하거나, 생목 특유의 텁텁한 비릿함을 견딜 수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흔히 기대하는 딥티크 특유의 부드럽고 감각적인 시그니처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이 향수는 여름날 수목원에서나 어울릴 ‘개념적인 녹색’에 가까웠지, 실제로 몸에 뿌리고 일상에서 견딜 수 있는 실용향으로는 기능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두어 번 더 시도해 보다가 끝내 품에서 내려놓은 케이스입니다. 만약 시향을 고려하신다면, 이 향이 절대 가볍고 무해한 그린 프레시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쉽게 질리지 않을 향을 찾는 분보다는, 다소 난해한 자연의 초록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께만 한 번쯤 시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