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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 오 드 리에르, 싱그러움을 가장한 녹색 괴물

이 글은 Eau de Lierre Eau de Toilette(Eau de Lierre Eau de Toilette) 관련 후기와 커뮤니티 의견을 다룹니다.

풀배컬렉터J

2026-06-16 01:43:07.53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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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드 리에르 오 드 뚜왈렛은 제 수집 선반에서도 꽤 오래 자리만 지키다가 결국 방출된 케이스입니다. 출시 연도가 2006년이니 딥티크 안에서는 비교적 초기 라인업에 속하고, 계열이 플로럴 그린이라는 점에서 접근은 쉬웠습니다. 그린과 프레시, 우디 어코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정보만 접하면 누구나 ‘싱그러운 담쟁이덩굴이 뿜어내는 수액 향’ 정도를 기대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로 순순히 넘어가지 않는 향이었습니다.

첫 분사는 확실히 그린 노트가 전면에 나옵니다. 잘게 짓이긴 이파리에서 푸른 즙이 배어나오는 듯한, 현실의 식물을 연상시키는 녹색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풀 내음에 그치지 않고 어딘가 흙먼지 섞인 건조함을 동반합니다. 흔히 말하는 갓 깎은 잔디밭의 투명한 청량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이게 단순한 프레시 그린 계열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문제는 10분 내외로 전개되는 미들로 넘어가면서 발생합니다. 이 향수에는 분명 플로럴이 표기되어 있지만 장미나 재스민 같은 친숙한 꽃 내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특정 관목에서 나는 듯한 가볍고 날카로운 꽃가루의 느낌, 거기에 생 나무껍질을 손으로 비볐을 때 나는 알싸한 수렴감이 얹힙니다. 이 상태에서 시트러스로 상쾌하게 빠져주거나 머스크로 부드럽게 마무리되지 않고, 점점 더 건조한 우디로 향이 경사집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드라이다운은 우디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샌달우드의 크리미한 질감이나 시더우드 특유의 연필깎이 같은 깔끔함은 없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목재 가구 표면에 미세하게 앉은 먼지와, 그 먼지가 햇빛에 데워지면서 피어오르는 퀴퀴함을 머금은 듯한 질감입니다. 담쟁이덩굴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축축하고 이끼 낀 습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건조하고 날 선 투박함이 지속됩니다. 지속 시간 자체는 오 드 뚜왈렛 치고 5~6시간 정도로 짧지 않지만, 그 시간 내내 이 녹색의 드라이한 질감이 코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단점이었습니다.

저는 웬만한 향수에는 두통을 잘 겪지 않는 편인데, 오 드 리에르는 고개가 지끈거릴 정도로 특정 노트가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조향 의도 자체는 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관상용 덩굴식물보다는 자연 상태에서 거칠게 뻗어나가는 덩굴의 생경한 에너지를 포착하려 한 것 같은데, 그게 제게는 꽤 공격적으로 변질되어 다가왔습니다. 그린 노트의 캠퍼러스한 면을 좋아하거나, 생목 특유의 텁텁한 비릿함을 견딜 수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흔히 기대하는 딥티크 특유의 부드럽고 감각적인 시그니처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이 향수는 여름날 수목원에서나 어울릴 ‘개념적인 녹색’에 가까웠지, 실제로 몸에 뿌리고 일상에서 견딜 수 있는 실용향으로는 기능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두어 번 더 시도해 보다가 끝내 품에서 내려놓은 케이스입니다. 만약 시향을 고려하신다면, 이 향이 절대 가볍고 무해한 그린 프레시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쉽게 질리지 않을 향을 찾는 분보다는, 다소 난해한 자연의 초록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께만 한 번쯤 시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

추천 1

댓글 4

  • 시향만100번2026-06-16 08:29:07.531Z

    ㅋㅋㅋ 오 드 리에르 저도 시향지 받자마자 이건좀... 싶었음. 초록초록한 수액향 기대했는데그 안에 묘하게 썩은 꽃잎 같은 꿉꿉함이 같이올라오더라구요. 이거 진짜 사람 호불호 극명하게 갈리는 타입이라공감됨

    5
  • 정품인증해드림2026-06-16 15:03:07.539Z

    오 드 리에르, 저도 열었다가 그 쌉쌀한 즙 때문에 바로 접은 케이스입니다.

    3
  • 출근길지옥철2026-06-17 01:20:07.491Z

    아, 이거 진짜 공감되네요. 저도 백화점에서 시향하고 싱그러운 풀냄새일 줄 알았는데 막상 팔에 뿌리니까 그린 노트가 꽤 과격하게 올라오더라구요. 담쟁이 수액이라기보단 칼로 베어낸 풀더미에서 나는 퀴퀴한 수액 냄새랄까... 영업 나갈 때 한 번 손목에 살짝 뿌렸다가 차 안에서 제가 민폐짓 하는 거 같아서 점심쯤 되기 전에 화장실 가서 비누로 박박 지웠네요. 같은 딥티크면 필로시코스 정도가 영업용으론 훨씬 낫더군요.

    4
  • 무지출챌린지2026-06-17 15:51:07.536Z

    시향만100번에게

    ㅋㅋㅋㅋ 아 완전내얘기임그썩은꽃잎 꿉꿉함 진짜 레알 ㅠㅠ 나도시향지받고 '어 초록싱그럽네?' 하다가 5분뒤에 뭔가 축축한지하실화분에서 꺼낸흙냄새확올라오더라 근데그게싫은건아닌게웃김 ㅋㅋ 나는오히려그썩은듯한 히아신스베이스가이 향의 정체성이라생각함 담쟁이 수액만 달랑 넣었으면그냥흔한풀내기샤워젤됐을거아님? 그린노트에 저런흙냄+퀴퀴함 깔아주니까오히려자연그대로의날것느낌 나던데 난 그래서오드리에르 풀배사고싶었던적도있는데결국참음 ㅋㅋ 이유는이거 여름에 뿌리면땀냄새랑섞여서진짜 골룸 ㅠ 가을장마철한정으로만제맛인 향이라실용성떨어져서 디캔도안삼무지출지켰다... 라고말하지만사실아직도장바구니에넣었다뺐다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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