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요즘 같은 환절기에 묵직한 우디나 스파이시 계열을 하나씩 꺼내게 되는데, 올해는 유독 장 폴 고티에의 무슈 오 마땡에 손이 갑니다. 2008년 출시작이라 지금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 단종 향인데, 베르가못과 시트러스로 산뜻하게 포문을 여는 방식이 여느 가을용 향수와는 결이 다릅니다. 흔히 계절감이 뚜렷한 우디라고 하면 초반부터 스모키하거나 캄캄한 인상을 주기 마련인데, 이쪽은 페티그레인의 은은한 그리너리와 스파이스가 살짝 혀를 내두르듯 얹혀서 훨씬 가볍게 전개되거든요. 시더와 과이악 우드가 베이스를 받치고는 있지만, 몽환적인 깊이라기보다는 이불 밖으로 살짝 내민 팔 위에서 바스락거리는 정도의 존재감입니다. 묵직한 우디 시프레에 피로감을 느끼던 분이라면, 이런 담백한 우디 아로마틱도 꽤 우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