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없이 시트러스 아쿠아틱 계열을 몇 병 꺼내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캐롤라이나 헤레라의 씨에이치 마린은 2011년 출시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요. 베르가못과 비터 오렌지, 자몽이 톱노트에서 상쾌하게 터지는데, 일반적인 아쿠아틱 향수들이 으레 그렇듯 싱겁게 흘러가지 않고 중반부의 자스민과 로즈가 은은하게 받쳐주면서 플로럴 아쿠아틱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드라이다운으로 갈수록 합성 워터 노트 특유의 인위적인 투명함이 살짝 느껴지긴 하는데, 이 가격대에서는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래전 여름휴가 때 백사장에서 처음 뿌려보고 꽤 오랜 시간 손이 안 갔었는데, 최근 다시 꺼내보니 핑크페퍼와 앰버 계열로 승부 보는 요즘 아쿠아틱들보다 훨씬 정직한 구성이라 재평가하게 되었습니다. 풀배 기준 현재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다소 번거로운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