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랜드 자체가 니치 중에서도 가격대가 좀 나가다 보니 기대가 컸거든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시트러스 구르망 계열은 잘못 만지면 합성 초콜릿 향에 레몬사탕 뿌린 느낌 나기 십상이잖아요.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시향했는데...
첫향은 확실히 시트러스가 톡 쏘더라고요. 근데 일반적인 레몬껍질 알코올 날리는 느낌보다는 좀 더 둥글둥글한 시트러스? 오렌지나 탠저린 계열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상큼한데 산뜻하다기보단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의외였음. 시트러스인데 시원하지 않다는 게 좀 독특하더라고요.
시간 지나니까 아로마틱이랑 프레시 스파이시 어코드가 올라오는데 여기서부터 호불호 갈릴 거 같아요. 제 피부에선 허브 계열이 꽤 진하게 올라왔거든요. 바질이나 타임 같은 그린 허브보다는 좀 더 달콤한 스파이스 쪽이 섞이는 느낌인데, 시트러스랑 만나니까 묘하게 과일청 같은 바이브도 나고... 이게 구르망 계열이라서 그런지 은근한 단내가 깔리더라고요. 근데 일반적인 바닐라 캐러멜 달달함이 아니라 설탕에 절인 과일 느낌? ㅎㅎ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건 지속력이 생각보다 약하더라는 거. 니치 향수 치고 3~4시간 지나니까 거의 스킨센트 수준으로 가라앉았어요. 가격 생각하면 이건 좀 실망... 시트러스 계열이 원래 오래 못 가긴 하는데 그래도 프레데릭 말 라인업에서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데 엄청 끌리진 않았어요. 시트러스를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낸 건 재밌는데, 제 취향인 우디스모키 계열의 깊이감을 기대하고 접근하면 완전 다른 길로 새는 느낌. 차라리 여름보다는 초가을 낮에 잘 어울릴 거 같더라고요. 근데 그 가격 주고 살 만큼인지는 솔직히 물음표.
혹시 시향해보신 분들 계시면 피부에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제 피부가 원래 허브 노트 과장시키는 편이라 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