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 C Lemon. 예전부터 종종 들어는 봤지만 직접 시향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향입니다. 꼼 데 가르송 하면 향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아방가르드의 대명사로 통하는데, 레몬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어떻게 뒤틀어 놓았을지 궁금했지요. 이제는 절판된 모양이더군요. 한때 기이한 시트러스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단명하고 만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단 뿌리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날카롭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생기발랄한 레모네이드나 오렌지 주스 같은 상큼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베르가못과 시트론, 레몬이 마치 얼음 송곳처럼 콧속을 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인위적인 탄산음료의 톡 쏘는 느낌에 가까울까요. 여기에 안젤리카가 더해지면서 시트러스 특유의 산뜻함을 누르고, 풋내 섞인 쌉싸래한 녹색 기운을 끌어올립니다.
조금 지나면 이 향의 진짜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인센스지요. 꼼 데 가르송답게 이 인센스는 다분히 교회의 축축한 돌바닥과 촛농, 그리고 서늘한 안개를 연상시킵니다. 여기에 카다멈의 아릿한 스파이시함이 살짝 얹히면서, 시트러스가 이끌던 청량함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밀어 넣어 버립니다. 마치 뜨거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이 아니라 오래된 석굴에 들어선 듯한 서늘함을 만들어내요. 이런 구조는 분명 대중성을 노린 설계가 아닙니다. 상쾌하게 시작해서 어둡게 가라앉는 이 아이러니한 전개가, 저같이 옛날 향에 길든 사람에게는 꽤나 지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거북하게 느낄 분들도 많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지속력과 확산성입니다. 이 향은 존재감이 꽤 약합니다. 옷에 뿌려도 금방 피부에 가까이 코를 대야 겨우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라앉아 버려요. 마지막에는 시트러스도 인센스도 아닌, 묘하게 탄 냄새를 연상시키는 건조한 머스크와 약간의 미네랄 느낌만이 남습니다. 이걸 두고 어떤 분들은 미니멀한 베이스라 평하기도 하더군요.
전체적으로 보면, 이 향은 시트러스의 계절에 어울릴 법한 가벼운 프레시 향을 기대했다가는 크게 낙담할 물건입니다. 오히려 돋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일종의 자기만족에 가까운 향이지요. 시대를 앞서갔다고 하기엔 완성도가 좀 모자랐던 느낌이고, 대중과의 접점을 애초에 포기한 듯한 구석이 있습니다. 단종된 것도 이해가 가는군요. 다만, 싱그러움에 중독성을 더한 특이한 조합을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구하기 힘들어도 한번쯤 시향해볼 가치는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정통 시트러스의 상쾌함을 원하신다면 다른 더 훌륭한 선택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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