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가 2013년 아메리카 컵을 기념해 한정 출시했던 Luna Rossa 34th America's Cup Limited Edition, 이름은 길지만 구성은 의외로 단순명료한 시트러스 아로마틱입니다. 일반판 루나 로사 계열의 DNA를 공유하면서도 민트와 클라리 세이지의 허브 뉘앙스를 전면에 내세워 훨씬 건조하게 마무리한 점이 특징이지요. 비터 오렌지의 상큼함이 처음에는 청량하게 열리지만, 10여 분이 지나면서 라벤더와 앰브렛, 그리고 앰브록산이 피부 온도에 스며들며 마치 갓 다림질한 면 셔츠처럼 정갈한 드라이로 전개됩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 제가 기대하는 시트러스는 단순한 탄산음료 같은 톱노트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체온을 끌어올리지 않는 냉정한 구조감인데 이 향은 그 점에서 꽤 정직합니다. 단, 한정판이라 병을 다시 구하려면 중고 시장을 부지런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