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무더위에 딱 어울리는 가볍고 시원한 향이 급해서 자라 매장에 잠깐 들렀다가 14.0을 집어왔습니다. 솔직히 이 가격대에서 복잡한 구조를 기대한 건 아니었고, 첫 분사 직후 확 올라오는 민트와 베르가못 조합이 꽤 상쾌해서 만족스러웠네요. 그런데 30분쯤 지나니 바이올렛과 카시스가 은근하게 깔리면서 예상보다 훨씬 차분해지더군요. 시트러스 상큼함 뒤로 약간의 보습감 같은 게 느껴져서 완전히 휘발성으로만 끝나는 향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여름철 땀 많은 제 피부에서는 아쿠아틱 어코드가 좀 더 일찍 날아가 버려서, 두 시간 정도 지나면 완전히 스킨 향으로 가라앉아요. 그래도 목욕하고 나서 입은 린넨 셔츠에 뿌리면 바람 탈 때마다 은근하게 올라오는 잔향이 나쁘지 않아서 집 근처 외출용으로 계속 쓰고 있습니다. 깊이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이 무게감 없는 편안함 때문에 한여름이 끝나기 전까지는 자주 손이 갈 것 같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