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 직구로 들였던 놈입니다. 이세이 미야케 오리지널의 물빛 로터스가 주는 투명함에 반했던 터라, 여기에 느와르 압솔뤼라는 이름을 붙이고 앰버와 우디 노트로 무게를 더했다니 궁금해서 참지 못했죠. 결론부터 말하면, 밝은 플로럴과 어두운 베이스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인상적이었으나 그 접착력이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분사하면 오스만투스와 자스민이 섞인 화이트 플로럴이 꽤 진하게 올라오는데, 특유의 살구 같은 달큰함이 아니라 약간 퀴퀴한 꽃가루 냄새로 변질되어 코를 찔렀습니다. 기대했던 소프트 스파이시는 거의 체감되지 않았고, 앰버와 우디 노트는 베이스에서 플로럴을 억누르기는커녕 따로 놀면서 오히려 향의 텍스처를 탁하게 만드는 인상이었네요. 지속력은 4시간 정도로 평범했고, 결국 두 번 손이 가지 않아 장터로 보낸, 제 진열장에서는 드문 실패담 중 하나입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절제된 어둠'이 아닌 '흐릿함'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죠.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