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블루 드 샤넬 EDP 사면서 같이 딸려온 걸로 처음 접했어요. BA분이 이거 바디 스프레인데 향도 꽤 오래 간다고 추천하더라고요. 평소에 샤넬 바디 제품류는 가성비가 너무 안 나와서 거르는 편인데, 증정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결론부터 말하면, 본품 EDP랑 비교하면 이건 완전히 다른 향이에요. 팩트는 블루 드 샤넬의 시트러스 오프닝을 극단적으로 확대하고 나머지는 다 생략한 느낌입니다. 자몽이랑 레몬이 코를 찌를 듯이 확 터지는데, 이게 상쾌한 정도를 넘어서 알코올 도수 높은 탈취제 초반부 같아요. 뿌리고 5분 정도는 민트의 쿨링감이 더해져서 목욕탕 샴푸 향기 같기도 하고. 진저랑 핑크페퍼가 변주를 시도하지만, 이소 E 슈퍼의 그 싸늘하고 인공적인 우디 질감에 다 묻혀버립니다.
신체 반응이 제일 문제였어요. 여름에 운동 끝나고 헬스장 샤워실에서 몸에 두세 번 뿌렸는데, 20분 뒤부터 살짝 두통이 오더라고요. 원래 시트러스 계열 알코올 도수 높은 건 알고 있지만, 이건 냄새가 아니라 입자 자체가 코점막을 때리는 느낌? 블루 드 샤넬 EDP나 퍼퓸은 시간이 지나면 그 특유의 달걀 흰자위 섞인 인센스 우디가 올라오면서 안정되는데, 올오버 스프레이는 그런 깊이감이 전혀 없어요. 자몽 레몬 민트의 원톤이 30분 넘게 이어지다가 밑 노트는 이소 E 슈퍼의 흐릿한 잔향으로 휙 끝납니다. 지속력 자체는 바디 미스트 치고 2~3시간쯤 피부에 남았으니 나쁘지 않은데, 남은 향이 '샤넬'이 아니라 그냥 시트러스 알코올 냄새에 가까워요.
저는 솔직히 이 올오버 스프레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이해가 안 갑니다. 바디 미스트 하기엔 가격이 과하고, 향수 대용으로 쓰기엔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요. 마치 샤넬이 "우리 블루 드 샤넬 이름만 걸면 다 팔려" 하는 마케팅 술수 같달까. 진짜 블루 드 샤넬의 정수를 느끼려면 차라리 돈 더 보태서 스틱 향수나 스몰 사이즈 EDP를 사는 게 맞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면세점 가면 가끔 이거 대용량을 할인해서 풀 때가 있는데, 혹시 사려는 분들은 꼭 시향 먼저 해보세요. 오드뚜왈렛조차 아닌, 말 그대로 기분 전환용 스킨 스프레이라고 봐야 합니다. 저는 증정품마저 다 쓰지 못하고 차 트렁크 방향제로 수명을 다 했네요. 샤넬 향수 좋아하는 지인한테 물어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반응 대부분이었고요.
구미캔디스 노트라니 이거 진짜 무슨 향일지 감이 안 잡히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