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무렵 동생의 결혼식 하객용으로 영세 화장품 가게에서 7만 원대 중반에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분사 직후에는 합성감이 짙은 패션프루트 시럽과 럼이 섞여 마치 편의점 럼 캔디를 입에 털어넣은 듯한 달디단 충격이 밀려오는데, 저는 이 단계까지만 해도 ‘오리엔탈 바닐라 계열로서 이만한 엔트리도 드물겠다’는 속 편한 낙관을 품었습니다. 문제는 가드니아와 머스크가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30분 이후였습니다. 달콤함이 걷히는 게 아니라 바닐라와 통카빈의 부자연스러운 크리미함 위로 병원용 반창고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알싸한 머스크가 덧씌워지면서, 어째 마무리가 상처 난 피부에 바르는 연고 냄새로 귀결되더군요. 결혼식이 끝날 무렵에는 두통이 찾아왔고 그해 겨울 장롱 깊숙이 수납한 뒤로 개별 시향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캐롤라이나 헤레라의 212 시리즈는 워낙 변주가 많지만, 이 제품 하나는 도무지 제 체취와 어울릴 구석을 찾지 못한 사례로 기억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