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용하던 걸 시향하지 않고 중고로 넘겨받았습니다. 첫 분사에서 알데하이드와 배가 주는 깨끗한 시트 향에 꽤 만족했는데, 문제는 30분 이후부터였습니다. 제 피부에서는 오렌지 블로섬과 은방울꽃이 급격히 눅진해지면서 흡사 다림질 덜 된 축축한 면 원단 위에 올려진 생화 향으로 변질되더군요. 머스크가 그 습기를 제대로 건조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갇히게 만드는 구조로 느껴졌습니다. 지속력도 3시간을 넘기지 못해서 두 번 정도 더 뿌려봤으나 결국 동일한 양상이 반복되었고, 결국 원 주인에게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프레시 플로럴 머스크 계열에서 흔히 발생하는, 본인 피부의 캐미스트리와 향이 심각하게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케이스였네요. 제 컬렉션에서는 보기 드문 완전한 실패담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