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ㅋㅋ 나 이번에 진짜 돈 버렸다 얼마 전에 중고장터에서 꼼데가르송 Series 1 Leaves: Calamus 디캔 10ml 2만원에 업어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그 돈으로 로또나 살 걸 그랬음
시향 후기도 안 보고 샘플만 대충 검색해서 산 내 잘못이긴 한데 솔직히 이거 무슨 향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더라 플로럴 그린이라길래 초록초록한 꽃향인가 싶었거든 근데 진짜 웃긴 게 머스크 앰버 우디 어코드라길래 스파이시하게 무게 잡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님
처음 뿌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건 풀 냄새도 아니고 꽃향도 아닌 뭔가 비 오기 직전에 젖은 흙이랑 마른 나뭇가지를 같이 비벼 놓은 느낌? 아니면 한여름에 잔디 깎고 나서 풀즙이 옷에 묻었을 때 그 냄새임 근데 거기에 뭔가 동물성 머스크가 살짝 섞여서 좀 퀴퀴함 ㄹㅇ 나는 이거 맡자마자 아 이거다 싶은 게 아니라 엥 이거 향수 맞아? 했음
지속력은 미쳤다 여름에 교내 카페에서 친구 만나려고 손목에 두 번 뿌렸는데 3시간 지나서도 내 코에 계속 맴돌더라 근데 문제는 이게 잔향이 개오래 가는 대신 시간 지날수록 머스크가 점점 더 올라와서 그 퀴퀴함이 배가 됨 처음에는 그래도 뭔가 자연적인 그린 노트라서 참을만 했는데 중후반부터는 그냥 축축한 나무껍질에 흙 묻힌 걸 코에 들이대는 느낌 친구가 뭐 뿌렸냐길래 말해줬더니 표정이 좀 굳더라 ㅋㅋㅋㅋ 걔가 평소에 향수 좋아하는 애인데도 너 이거 어디서 났냐고
그리고 이거 호불호 진짜 심할 듯 나는 솔직히 불호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완전 쓰레기라고 하기엔 또 뭔가 이상한 매력이 있음 내가 향수 입문 소바주로 했고 지금은 블루드샤넬 아쿠아디지오 굴리는 취향이라 그런가 아직 이런 니치스러운 자연향은 못 받아들이겠다 아니 애초에 20대 초반 공대생이 이런 거 뿌리고 다니면 좀 오바지 안냐 차라리 깔끔한 시트러스나 아쿠아틱 계열이 훨씬 낫다고 본다
교내에서는 절대 금지다 이런 거 좁은 강의실에서 이 퀴퀴한 머스크 잔향 퍼지면 뒷자리 애들 다 코 막을 듯 난 그래서 이거 딱 한 번 학교 가져갔다가 바로 다시는 안 뿌림 지금은 걍 집에서 혼자 책 읽을 때나 가끔 꺼내는데 그것도 한 번 뿌리고 나면 방에서 냄새가 잘 안 빠져서 환기 필수임
솔직히 이 향수에 10만원 넘게 풀배 지르는 건 진짜 비추다 디캔으로도 충분히 질릴 맛이라서 차라리 같은 그린 계열이면 다른 거 알아보는 게 나을 듯 근데 또 이런 류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짜 좋아할 것 같긴 하다 예전에 향수 카페에서 누가 칼라무스 극찬하는 글 본 적 있거든 그 사람 말로는 비 온 뒤 숲속을 걷는 느낌이라는데 나는 그냥 비 온 뒤 지하실에 들어간 느낌이었음
아무튼 나는 이거 디캔도 다 쓰기 전에 처분할까 고민중 아니면 걍 책상 서랍에 박아놓고 몇 년 뒤에 다시 꺼내볼까 싶기도 하고 근데 지금 코가 적응 안 되는 걸로 봐서는 나중에도 별로일 것 같긴 하다 혹시 이거 써본 사람 있으면 너네는 어땠냐 내가 그냥 이상한 건지 원래 이런 향인지 궁금하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