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도 더 된 향을 이 가을에 꺼내 본 게 실수였습니다. 본래 시프레라면 이맘때 제법 어울려야 정상인데, 이 녀석은 블랙베리와 오렌지 블로섬이 앞에서 찡하게 달리다가 오스만투스 특유의 살구 같은 느낌과 뒤섞여 묘하게 통조림 냄새를 풍깁니다. 거기에 아쿠아틱이라니, 말 그대로 2000년대 초반의 패키지 디자인만큼이나 어정쩡한 향이지요. 한두 시간 지나면 피멘토와 머스크가 겨우 밸런스를 잡아주긴 하지만, 첫 인상이 워낙 혼란스러워서 두통이 왔습니다. 중고 장터에서 호기심에 직구했던 건데, 이걸 만든 조향사가 도대체 무슨 시절의 해변을 그리고 싶었는지 모르겠군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