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시에의 오렌지 블로섬 네롤리를 시향한 날은 4월 중순, 바람이 꽤 불던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시향지에 뿌렸을 때 코끝을 스친 첫인상은 무척 깔끔하고 수채화 같은 수분감이었지요. 하지만 이 향을 제 팔목 안쪽에 분사한 순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베르가못과 배의 투명한 단맛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네롤리와 오렌지 블로섬이 예상 밖의 비릿한 녹취를 동반하며 올라왔거든요. 이게 화이트 플로럴 특유의 인돌인지 사이프러스의 알싸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묘하게 양파 껍질을 벗길 때 나는 퀴퀴한 수분 냄새와 닮아 있었습니다. 결국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그 잔향이 미세한 울렁거림을 유발해서, 손목을 여러 번 씻어내야만 했네요. 완성도보다는 컨셉에 치중한 2025년 출시작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