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에서 7만 원대에 구매한 조 말론의 헴록 앤 베르가못은 2019년 봄 한정으로 출시되었던 플로럴 그린 계열입니다. 첫 분사에서는 베르가못의 시트러스가 상쾌하게 터지면서 오조닉한 공기감이 더해져 제법 산뜻한 인상을 주는데, 미들부터는 헴록 특유의 파우더리한 플로럴이 무게를 더합니다. 솔직히 이 지점에서 저는 조금 버거웠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조 말론 특유의 가벼운 수채화 느낌보다는 훨씬 더 점성이 있는 꽃가루가 코를 간지럽히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이 향은 제 피부에서 두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산화된 베르가못 특유의 미지근한 잔향만 남겼습니다. 봄바람에 잠시 스치듯 사라지는 향을 굳이 소장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결국 처분했고, 지금은 제 진열장 한 칸이 다시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풀배를 고집하는 수집가로서 구매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지만, 이 가격대라면 니치 샘플링에 투자하는 편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